유홍림 총장, 제 78회 전기 학위수여식(졸업식) 식사 내용

어제는 서울대학교 제78회 전기학위수여식이 있었습니다. 부득이하게 졸업식에 참석하지 못했다면 유홍림 총장님의 말씀을 통해 졸업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새겨보면 좋을 듯해 총장님의 연설 내용을 인용하였습니다. 

서울대학교 유홍림 총장

 

졸업식 식사

자랑스러운 우리 서울대학교 박사, 석사, 학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의 졸업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공부하고 연구하며 지낸 수많은 날들, 그 과정에서 흘린 땀과 눈물, 남은 아쉬움을 뒤로하고 여러분은 오늘 영광스러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여러분 앞에 더 큰 도전과 과제가 놓여 있더라도, 오늘만큼은 마음껏 자랑스러워하십시오. 자신의 노력을 통해 삶의 중요한 한 단계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는 사실에 기뻐하십시오.

하지만 오늘이 있기까지 보이는 곳에서, 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러분을 지원하고 응원해 준 많은 분이 계셨다는 사실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그 어떤 순간에도 여러분의 편에 서서 여러분의 성장을 아낌없이 도와주신 가족들, 깊이 있는 가르침으로 학문적, 인격적으로 여러분을 이끌어주신 교수님들, 그것이 가능할 수 있도록 항상 행정적인 뒷받침을 해주신 직원분들과도 함께 감사와 기쁨을 나누시길 바랍니다. 더 나아가 서울대학교의 교육과 연구를 가능케 해 준 온 국민의 기대를 명심해 주시길 바랍니다.

학문적 고민과 미래에 대한 준비를 마치고 또 한 번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 출발하는 학부 졸업생 여러분!
불철주야 연구에 매진하여 얻은 자랑스러운 결실을 안고 더 넓은 세계로 나서는 석·박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은 이제 서울대학교의 졸업생으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딛습니다. 그리고 그 걸음은 누구보다 힘찰 것입니다. 여러분은 팬데믹 시대의 어려움 속에서도 우리 학교의 교육 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며 손색이 없는 잠재력을 키웠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각자의 영역에서 최고의 전문가로 성장해 나갈 것입니다. 그 과정이 항상 쉽지만은 않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온 것처럼 분명 그 도전을 하나씩 잘 극복해내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오늘 제가 여러분께 각별히 당부하고자 하는 점은 여러분이 각 분야의 전문가로 발돋움하는 데 그치지 말고, 우리 사회와 인류를 위한 리더로 성장하기 위해 부단히 정진해달라는 것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우리는 세분화와 전문화를 통해 이뤄진 깊이 있는 발전들이 통합과 융합의 과정을 통해 어떻게 더 큰 성취를 이끌어 내는지 목격해왔습니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으로 엄청난 변화와 발전을 가져온 스마트폰의 개발과 진화도, 지난 몇 년간 모든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인공지능의 개발과 성장도, 인류의 미래가 달린 기후환경 문제에 대한 연구와 대책 마련도 모두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긴밀한 소통과 협업을 토대로 이뤄져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오늘날 훌륭한 리더란 단순히 자신의 영역에서 최고의 실력을 인정받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일견 자신의 전공과 멀고 느슨하게 연관되어 보이는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고 협력과 창의적 융합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또한 오늘날의 리더십은 공동선을 실현하는 협력적 리더십이어야 하고, 이는 다른 전문 분야에 대한 열린 호기심뿐만 아니라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책임감, 다른 사람들에 대한 공감과 배려라는 덕목도 요구합니다. 따뜻한 마음을 지닌 여러분이 자신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영역과 사람들에게 ‘다가가기(outreach)’를 끊임없이 시도할 때 비로소 미래를 이끌어갈 리더십을 기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 졸업하는 후배들을 위해 축사를 해주실 오윤덕 사랑샘재단 이사장님의 삶은 우리에게 많은 가르침을 줍니다. 50여 년간 법조인으로 활동하시는 동시에, 열린 마음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인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실천의 가치를 우리에게 일깨워주시기 때문입니다.

저는 여러분이 다양한 만남과 실천 속에서 그리고 경계를 뛰어넘는 도전정신과 부단한 자기성찰을 통해 ‘인향만리’(人香萬里)의 품격을 끊임없이 키워 나아가기를 바랍니다.

자랑스러운 졸업생 여러분!
대학은 한번 사회로 떠나면 돌아올 필요 없는 곳, 그리고 졸업장으로 그 효용이 끝나버리는 임시의 거처가 아닙니다. 사회생활 속에서 여러분의 성장을 위한 또 다른 배움이 필요할 때, 서울대학교의 문은 여러분을 향해 항상 열려있을 것입니다. 어디에서든 서울대에서 가졌던 배움의 자세를 잊지 마십시오. 우리의 삶은 지속적인 배움의 과정입니다. 그 과정에 서울대학교가 언제나 여러분과 함께하겠습니다.

새로운 도전의 여정을 떠나는 여러분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와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2024년 2월 26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 홍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