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학년도 신입생 여러분, 서울대학교 입학을 축하합니다!
격동이나 격변이라는 단어로는 다 담아내기 힘들 만큼 나라 안팎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긴 겨울의 끝자락입니다. 그 겨울의 끝이자 봄의 시작인 오늘 신입생 여러분을 맞이하게 되어 가슴 벅찬 기쁨을 느낍니다.
대학 진학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열심히 달려온 여러분 모두 수고 많았습니다. 이제 대학 입학과 함께 여러분은 여러 방향의 갈림길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도시에 다 가볼 수 없고, 도서관의 모든 책을 다 읽을 수 없듯이, 펼쳐진 모든 길을 다 걸어가 볼 수는 없습니다. 어느 분야에 집중해 공부할 것인지, 무슨 과목을 어떤 순서로 수강할 것인지, 학업 이외에 어떤 활동을 해야 할지 차근차근 정해야 합니다. 이러한 고민과 결단의 순간들이 모여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소중한 축적의 시간이 만들어지고 이를 자양분 삼아 여러분은 조금씩 성장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입학한 올해는 서울대학교 종합화 5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입니다. 1946년 개교 이래 뿔뿔이 흩어져 있던 13개 단과대학은 지금으로부터 50년 전인 1975년 관악 캠퍼스를 중심으로 속속 모이게 되었습니다. 종합화 직후 15개 단과대학 88개 학과로 출발한 서울대학교는 그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2025년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교과목을 개설하고 있는 대학, 학과, 학부, 전공, 과정의 개수를 모두 합치면 430개가 넘습니다.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하는 작은 우주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이 우주는 끊임없이 확장하면서 서로 연결되고 있습니다. 세계 자체가 빠르게 변하고 복잡해지는 만큼, 알아야 할 지식, 고민하고 답해야 할 질문, 그리고 풀어야 할 문제도 점차 많아지고 있습니다.
현재 관악 캠퍼스에는 220개가 넘는 건물이 가득 들어차 있지만 ‘관악 시대’의 초창기에 건물은 불과 24개 동뿐이었습니다. 관악산 서쪽 기슭의 황량한 공간에 듬성듬성 자리 잡았던 건물들이 수백 개로 늘어나 지금의 웅장한 모습으로 진화한 것입니다.
복잡계 이론 생물학자 스튜어트 카우프만(Stuart Kauffman)에 따르면, 작고 단순한 요소가 모여서 크고 복잡한 구조와 체계가 되는 발전은 인접한 가능성의 탐색을 통해 점진적으로 일어납니다. 그가 제안한 이러한 ‘인접 가능성(the adjacent possible)’이라는 개념은 물질과 생명, 과학과 기술, 그리고 문화와 사회에서 일어나는 혁신에 관해 새로운 통찰을 제공합니다. 과학 저술가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은 인접 가능성을 이렇게도 설명합니다. ‘작은 방 하나가 있다. 문을 열고 이 방에 들어가면 사방으로 문이 생겨난다. 그 문 가운데 하나를 여는 순간 또 다른 방이 생겨나고, 그 방에 들어가면 사방으로 또다시 문이 생겨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방 하나는 무한대에 가깝게 확장되는 거대한 건물이 됩니다. 과학기술과 문명의 발전은 결국 제한된 현실의 가용 자원을 창의적으로 조합하려는 인류의 끈질긴 노력이 거둔 결실입니다.
관악 캠퍼스에 이제 막 첫발을 내디딘 여러분은 어느 방이 더 좋을지 몰라 복도를 서성이기만 하다가 문 열기를 포기해 버리는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작고 단순한 출발이 없다면 인접 가능성은 존재할 수조차 없습니다. 서로 연결되면서 놀랍게 확장되는 네트워크를 통한 혁신도 처음에는 하나의 방에서 시작됩니다. 어느 방을 처음 택할 것인지, 그리고 들어간 방에서 어느 문을 열 것인지는 밸런스 게임에서의 답 고르기와는 다릅니다. 선택의 순간마다 가지치기처럼 분화가 일어나지만, 긴 여정에서 그 경로는 다시 연결될 수도 있습니다. 방과 방을 연결하는 방식은 무한에 가깝습니다. 여러분의 대학 생활이 이러한 설렘 가득한 여정으로 다채롭게 채워지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여정은 우선 ‘서울대학교 공통교육 과정’에서 시작됩니다. 공통교육 과정의 목표는 전공과목 수강을 위한 준비나 단편적 지식 습득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깊이 생각하고 자율적으로 판단하며 개성 있게 표현하는 능력을 갖추고, 타인과 공감하고 고민한 바를 실천하는 역량을 함양하게 될 것입니다. 올해 힘차게 출범하는 ‘서울대학교 학부대학’이 바로 이러한 교육 혁신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합니다. 학부대학은 소속과 전공의 구분 없이 서울대학교의 모든 학생에게 ‘공통핵심역량 교육’, ‘융합 교육’, ‘글로벌 교육’을 제공하는 교육 혁신 플랫폼입니다. 올해 입학한 신입생 여러분은 학부대학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서울대학교 교육의 획기적 변화를 몸소 경험하는 첫 세대가 될 것입니다.
‘도전과 공감으로 미래를 여는 지성’. 서울대학교 학부대학이 지향하는 인재상입니다. 여러분은 서울대학교라는 소우주의 어느 방으로 들어가 어떤 문을 여시겠습니까?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용기를 발휘하십시오. 다양한 가능성을 연결하고, 융합을 통해 새로운 지혜를 찾아내기 위한 모든 고민과 결단의 과정을 응원하고 지지하겠습니다. 오늘 가장 확실한 인접 가능성은, 지금 여러분 옆에 앉아 있는, 지금은 낯설지만 앞으로 함께 배우면서 여러분의 세상을 넓혀 줄 든든한 25학번 친구들입니다. 서로 인사를 나누면서 관악에서의 첫날을 뿌듯한 마음으로 시작하도록 합시다. 여러분의 입학을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2025년 2월 27일
서울대학교 총장 유 홍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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